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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지원

행동지원의 윤리적 문제

by 따수미 2024. 4. 4.

 1) 지금까지의 비판

 행동주의에 기초한 전통적인 행동지원 방법들이 가장 크게 비판을 받아 온 것은 행동지원 방법이 비인격적이라는 데 있다. 이는 '행동수정'이라는 용어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모든 방법을 지칭하는 용어로 오용되면서 더욱 굳어졌다. 참으로 비인격적이고 비윤리적인 혐오적 방법들이 행동수정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타임아웃을 적용한다고 며칠씩 아이를 고립된 장소에 둔다든지,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후속결과로 세제로 입을 씻는다든지, 전기 충격을 가하는 방법을 행동수정이라고 명명해 왔다. 물론 행동주의 중재에는 아이에게 고통이나 불편을 주는 혐오자극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행동주의 중재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인간의 행동을 외부적 통제에 의해 변경하려는 중재의 강제성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무시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유가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를 활용할 권리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행동주의에 입각한 행동지원 방법들은 사람에게 선택할 기회를 늘려 주어서 그 기회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즉 자유를 넓혀 주려는 데 그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또래와 상호작용하기를 두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상호작용의 기회를 늘려 주어서 친구 만들기를 더 자유롭게 해주며, 수학 시험에 계속 실패하는 아이에게는 수학 문제 풀기에 성공할 기회를 늘려 주어서 궁극적으로 대학 입학에 대한 자유의 폭을 더 넓혀 주려는 것이다.

 행동주의 원리는 환경과 행동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개인을 둘러싼 환경의 사건이 행동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행동 또한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한 예는 다음과 같다. 잘 웃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또래들은 그 아이와 가까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가끔씩 보이는 아이의 미소에 대해 체계적인 강화 기법을 사용하여 아이가 잘 웃게 되면, 아이의 웃음은 다른 아이들을 강화하여 결국 아이는 또래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된다.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행동주의 원리는 비인격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선택의 폭을 더 넓혀 주며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켜 더욱 바람직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행동주의 원리의 절차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동의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문제행동을 감소시키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제거하며, 아동이 자기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더욱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행동주의에 기초를 둔 행동지원 방법들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아 왔다. 오늘날과 같은 교육 현실에서는 타당한 얘기다. 한 교실에서 30~40명의 아동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각 아동의 모든 문제행동을 직접 측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가 행동지원의 기법들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전문 영역이든지 어떤 결정을 신속히 내려야 할 때, 평소 수집해 놓은 자료가 큰 열쇠가 된다. 자료수집은 학습과 행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교사들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절차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연습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동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가르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행동이 기록되고 자주 평가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위한 체계적이며 조직적인 접근은 특히 어려운 문제를 다룰 때일수록 더욱 필요하다. 

 자주 거론되는 또 다른 비판은 바람직한 행동 뒤에 긍정적 자극을 제시하는 정적 강화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점이다. 즉, 정적 강화제는 결국 뇌물과 같은 것이 된다. 이에 대한 행동주의자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긍정적 결과가 초기에는 인위적이고 물질적인 강화제에 의한 것일지라도, 적절한 행동에 대한 긍정적 결과가 혐오적 결과보다 낫다. 둘째, 보상 없이 일하는 어른들은 거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행한 것에 대해 긍정적 강화제를 필요로 한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아동에게 효과가 있으면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획득되는 강화제를 찾는 것이다. 셋째, 초기의 물질적 강화제를 점차 없애고 자연적 강화제를 제공하려는 계획 없이 아동에게 물질적 강화제만 주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하다. 넷째, 아동에게 물질적 강화제를 주지 않으면서 그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적절한 행동에 대한 정적 강화제를 주는 것이 더 윤리적이다. 다섯째, 뇌물의 사전적 의미는 부정직한 행위를 통해 도움을 얻기 위해 어떤 사람에게 제공하는 물질이지만, 정적 강화제는 아동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사회적 성공을 위한 의미 있고 중요한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것이므로, 정적 강화제는 뇌물이 아니다. 

 정적 강화제 사용을 권고하는 행동주의자들은 긍정적인 행동중재 기법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을 강하게 권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행동중재 기법을 적용해서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입증되었는데도 문제행동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이라면, 교사는 윤리적 제약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여 아동을 도울 의무가 있기 때문에 더 혐오적인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즉, 최소 강제 대안의 원칙(the principle of the least intrusive alternative)에 의해 혐오성이 가장 낮은 중재부터 적용해 보고 그 중재가 비효과적일 때 혐오성이 높은 수준으로 이동할 수 있다.

 

 2) 행동지원의 윤리

 행동주의에 주로 기반을 두고 있는 행동지원이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 모두 윤리적으로 합당하게 적용되도록 하기 위해서 미국의 행동분석협회(Executive Council of the Association for Behavior Anlysis)에서 행동지원의 윤리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성명서 내용에 의하면, 첫째, 아동의 행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아동을 둘러싼 환경이 치료적 환경(therapeutic environment)이 되게 해야 한다. 즉, 안전하고 인격적이며 개인의 필요에 부응하는 환경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장애아동의 배치에 적용되는 최소제한 환경(least restrictive environment)의 개념과도 같은 이치다. 즉, 아동 개인의 안전과 발달에 대한 최대의 보장과 아동에 대한 최소의 제한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둘째, 변화시키려는 행동의 결과가 또래나 교사 등의 주위 환경만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 자신에게도 유익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유익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동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된다. 중재 참여에 위협이나 보상이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아동의 행동지원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행동지원 방법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행동지원 원리는 간단하지만 효과적 수행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에 의해 다루어져야 한다.

 넷째, 아동의 행동지원에 사용되는 중재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것이어야 한다. 즉, 중재는 여러 선행 연구에 의해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선행 연구에 의해 효과가 입증된 중재를 사용할 때에라도 교사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는, 연구자가 발표한 중재의 내용과 순서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교사가 자신이 사용하기 쉬운 요소만 골라서 적용하는 경우다. 이때는 결국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교사는 아동의 행동지원에 대한 훈련을 받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행동지원을 하는 초기에는 적절한 감독을 받을 필요가 있다.

 다섯째, 아동에게 가르치는 행동은 아동의 환경 속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동의 변화된 행동이 자신의 환경에서 기능하지 않는다면 아동은 그 행동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다. 효과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은 자연적 강화가 이루어져 행동의 유지와 일반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섯째, 행동에 대해 설정된 목표의 달성을 이루기 위해 중재 효과를 계속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동목표가 분명하게 문서화되어야 하며, 행동의 조작적 정의를 가지고 중재 효과를 양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행동주의에 기초한 행동지원 방법에서는 훈련된 교사를 문제행동을 지원하는 주체로 보고 있다. 행동지원 방법을 올바르게 호라용하기 위해서 교사는 목표를 세우는 법, 행동을 측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그래프에 옮기는 방법, 수집된 자료를 이용하여 평가하는 방법과 함께 여러 가지 행동 원리의 이론과 실제 적용 방법을 알아야 하며 검증된 자료에 근거하여 가장 긍정적이고, 최소 제한적이며, 비혐오적인 중재 기법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출처: 행동수정이론에 기초한 행동지원, 양명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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