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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지원

행동의 기능평가의 의의

by 따수미 2024. 5. 9.

 특수교육에서 행동의 기능평가는 응용행동분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초창기에 행동의 기능평가에 관한 연구는 중재를 실행하기 전에 문제행동을 유지하는 변수를 찾아내는 것의 가치를 보여 주는 것에서 출발하였다(Hanley, Iwata, & McCord, 2003; Sugai et al.,2000). 문제행동의 유지 변수를 찾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의 경우, 1997년 개정된 장애인교육법(IDEA)에는 도전적 행동 때문에 학생의 교육적 배치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에 반드시 행동의 기능평가를 하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이 법이 2004년에 개정되면서 필요할 때 행동의 기능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이 조금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학생의 도전적 행동으로 특수교육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장애인교육법」에 명시된 평가조건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자료를 포함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5월 25일에 제정되고 2008년 5월 26일을 기준으로 실행되었으며, 2013년에 일부 개정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행동의 기능평가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성공적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중재의 설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문제행동을 예측하게 해 주거나 문제행동을 유지하게 하는 환경요인을 찾아내는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한 요인을 찾는 과정을 '기능적 행동평가' 또는 '행동의 기능평가'라고 한다. 여기서는 행동의 기능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학생의 바람직하지 못한 문제행동에 대해 이전에는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려는 직접적인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중재 기법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같은 형태의 문제행동에 대해 동일한 중재를 적용한 경우에도 어떤 때는 문제행동을 성공적으로 감소시키고, 어떤 때는 실패하고, 때로는 일시적 효과밖에 거두지 못하거나 또 다른 문제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문제행동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행동의 형태만 보고 문제행동 감소만을 목적으로 중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문제행동이 감소하지 않을 수도 있고, 문제행동이 감소했다 할지라도 문제행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행동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문제행동지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문제행동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대하게 될 때, 문제행동을 유지하게 하는 변수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창이와 은진이가 둘 다 자기 앞 자리에 앉은 사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유창이는 또래나 교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앞 사람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은진이는 앞 자리에 앉은 사람의 머리에 있는 새치를 뽑아 주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을 수 있다. 같은 형태의 문제행동이라도 그 행동을 하는 목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아동의 머리카락 잡아당기기는 행동에 주어졌던 관심을 제거하는 소거(extinction)라는 중재를 두 아동에게 동일하게 사용한다면 관심을 끌기 위해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유창이의 행동은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은진이의 눈에 앞 사람의 새치가 보이는 한 은진이의 머리카락 잡아당기는 행동은 소거 중재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은진이의 경우는 은진이를 맨 앞에 앉게 하든지 앞에 새치가 없는 아이를 앉게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똑같은 문제행동이라도 그 행동의 기능과 아동의 특성에 따라 효과를 나타내는 중재 방법은 다를 수 있다.

 Iwata와 그 동료들(1982)은 그들의 실험연구에서 아동들이 같은 형태의 자해행동을 나타냈지만 그 기능은 각기 달랐음을 보고하고 있다. 어떤 아동은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또 다른 아동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비슷한 자해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행동이 목적을 갖는다는 의미를 아동이 자신의 행동을 통해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내야겠다거나 기어코 과제를 피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목적 달성을 위해 고의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행동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니 문제행동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행동이 발생하면 무조건 그 행동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중재만을 적용하려 하기 전에 반드시 문제행동을 유발하거나 유지하게 하는 환경적 변수를 찾아 문제행동의 기능을 밝히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행동주의 중재는 행동의 원인과 상관없이 행동의 후속결과만을 다루어 문제행동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것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점점 문제행동 원인의 이해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행동의 기능평가 방법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행동의 기능평가에서 강조하는 것은 행동은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전후에는 반드시 그 행동이 일어나도록 작용하는 선행사건이나 후속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행동과 기능적 관계가 있는 선행사건이나 후속결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행동의 기능평가라고 한다(Alberto & Troutman, 2003). 여기에서 기능적 관계란 A라는 선행사건이 주어지면 B라는 행동이 발생할 것을 예측할 수 있고, B라는 행동이 발생하면 C라는 결과가 나타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두 변수 간의 예측 가능한 관계를 뜻한다.

 문제행동이 지니는 기능을 조사하지 않은 채 문제행동 자체만 제거하려는 전통적 행동수정 기법을 적용하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Meyer & Evans, 1989). 첫째, 중재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며 일반화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행동이란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인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전통적 행동주의 중재는 혐오자극을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행동을 감소시키려 한다. 그러나 혐오자극을 사용하면 문제행동은 일시적으로는 감소하지만 다시 증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중재자 외의 다른 사람이나 중재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는 중재 효과가 일반화되지 않는다. 둘째, 학생은 또 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문제행동이란 학생이 환경을 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특정 문제행동을 제거하더라도 학생은 여전히 환경을 조정하기 위해 다른 문제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셋째, 중재자와 아동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문제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혐오자극을 사용하면 일시적이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때문에 혐오자극을 주는 중재를 자주 사용하게 되고 점점 더 혐오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혐오자극을 사용하는 중재의 오용이나 과용은 결국 중재자와 학생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문제행동에 대한 기능평가의 목적은 문제행동 발생 원인을 찾는 것, 즉 문제행동을 유발 또는 유지하게 하는 환경적 원인을 찾아 그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중재를 적용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행동의 기능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Lennox & Miltenberger, 1989). 첫째, 행동을 일으키는 선행사건이 무엇인가? 둘째, 행동을 유지하게 하는 후속결과가 무엇인가? 셋째, 문제행동의 기능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바람직한 대체행동을 아동에게 가르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행동의 기능평가인 것이다. 즉, 행동의 기능평가는 문제행동과 문제행동을 예측하게 하거나 유지하게 하는 사건들을 찾기 위해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다(Sugai et al., 2000). 물론 이때에 수집되는 모든 정보는 행동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데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

 행동의 기능평가를 실시하여 얻은 결과로 가져올 수 있는 유익은, 첫째, 문제행동과 문제행동을 예측하게 하는 사건, 즉 문제행동을 유지하게 하는 사건에 대한 가정적 진술을 만들 수 있다. 둘째, 행동의 기능평가를 통해 만들어진 가정적 진술을 지지하는 관찰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즉, 기능평가 과정에서 수집한 관찰 결과들을 모아서 가설을 개발하기 때문에 가설을 지지하고 입증하는 관찰 자료 수집이 가능하다. 셋째, 행동의 기능평가의 자료를 기반으로 행동지원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행동의 기능평가의 자료를 통해 알게 된 문제행동의 의사소통 기능과 학생의 전반적인 삶의 질과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생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필요한 대체기술을 가르칠지에 대한 행동지원 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행동의 기능평가를 하면, 문제행동에 대한 접근 과정에서 추정을 통한 중재를 적용하는 것 때문에 그 행동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내어 그러한 오류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어진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공격적 행동을 하는 철민이의 공격적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철민이를 교실 한쪽으로 보내는 타임아웃을 중재로 사용한다면, 이는 철민이의 공격적 행동을 강화한 셈이 되어, 철민이는 어려운 과제를 피하고 싶을 때마다 공격적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타임아웃을 적용하기 전에 철민이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기능평가를 하여 공격적 행동이 과제 회피의 목적이 있음이 밝혀지면, 타임아웃보다는 의사소통을 통한 대체행동을 가르치는 것을 우선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철민이의 공격적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는 타임아웃이라는 중재 적용을 예방할 수 있다. 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제행동에 대한 기능평가를 하는 궁극적 목적은 중재의 효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요약하자면 행동의 기능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계획하는 중재는 기능평가 없이 실행한 중재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행동수정이론에 기초한 행동지원, 양명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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